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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소래역
배홍배  |  hpp20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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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2.22  23: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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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이 지배하는 황혼 속엔 녹슨 철교가 불안하리만큼 높이 서 있다.

염전 산업이 한창이던 시절 협궤열차는 승객들과 경기 서남부 일대의 염전에서 나는 소금을 이 다리를 건너 인천 송도로 실어 날랐다. 소래강 너머로 해가 지기 몇 분 전 열차가 기우뚱거리며 철교 위에 모습을 드러내면 교각의 붉은 색과 열차의 기적 소리, 사람들의 탄성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그 어떤 우울한 넋두리로도 설명할 수 없는 서늘한 정서를 자아냈다.

기다리는 사람이 열차에서 내리지 않을 땐 마중을 나온 사람뿐 아니라 역 주위를 서성이는 사람들까지도 노을 속으로 사라지는 열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자신들의 허허로운 마음을 달래어 몽환의 세계로 유인했다.

그들은 무의식의 힘에 휘둘려 열차가 남기고 간 그리움의 허상을 자신의 것으로 동화시키고 몽상의 가장자리로부터 환상의 절정으로 차츰 이끌려 들어갔는데 환상 속엔 어렴풋한 느낌과 감각이 깃들어 있어 그들의 내부에 찌들어 있는 막연한 그리움과 슬픔이 기차가 사라진 어스름 속에서 흑과 백으로 반전되어 서서히 드러나는 실체를 자각할 때가지 어둠은 참을 수 없도록 더디게 찾아왔다.

이제 현실 안에서 달리기를 포기한 열차는 스스로 철로를 거두어 사랑을 완성시키지 못한 사람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만나지 못하는 무한궤도를 깔아놓고 두 평행선 사이를 다만 외다리 뛰기로 건너갔다 건너오고 다시 건너가기를 반복하는 슬프고 힘든 노동을 강요한다.

그러므로 떠나간 사람을 잊지 못하는 사람은 소래에 가지 마라. 그 노동의 대가는 쓰리고도 아프다. 허름한 좌판 위에 쌓인 하찮은 새우젓에도 언젠가 우리가 도달해야 할 붉은 빛은 숨어있어 포구 난장을 지나갈 때 문득 발등 위로 야광탄처럼 떨어지는 빛의 속도를 고통스럽도록 천천히 인식하며 한 순간에 늙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오늘날 뽕뽕 다리라 명명되는 이 무한 궤도를 걷고 또 걷는다. 걸음은 이동의 의미로서 단순 목표를 갖는다. 그러나 열차가 퇴역한 지금 녹슨 교각은 그 옛날 방향과 속도라는 보편적 의미를 지탱하던 구체성을 벗어나 본래 지녔던 미분화된 세계의 원형의 의미로 돌아갔다.

교각의 상판 위를 걷는 보폭의 길이와 발바닥에 주어지는 힘에 의해 보행자의 의식 속에 숨겨진 외로움과 그리움의 형식은 결정된다. 기우뚱거리며 겅중겅중 찍히는 발자국보다 높게 솟아 흔들리는 소래철교 위에서 보행자의 그리움은 외로움에 의지할지언정 절대 고독의 가운데로 빠져드는 법은 없다.

따라서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포구의 낮은 지붕들의 물매는 한없이 너그럽고 다리 아래 강물은 좀처럼 그리움과 외로움의 형식의 배경을 반사하지 않은 채 강바닥 깊숙이 그것들을 감추어버린다. 


글, 사진 / 배홍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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